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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인공수정을 위한 주사 약과 내복약을 처방받은 나는 주사실 간호사 선생님에게 불려 가 드디어 집에서 배주사 (자가주사) 혼자 맞는 방법을 배웠다. 근데 ...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 선생님에게 한마디 한다.
오늘은 놔주시면 안 될까요?
문득 '뾰족한 것을 잘 견디기 힘들어해 평소에도 주사를 잘 못 맞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스스로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자기 배에 매일 뾰족하고 기다란 주사를 찔러 넣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공 수정을 위한 시기에 배주사는 하루 1번만 맞기도 하지만 시험관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하루에 3번 각기 다른 약을 주사해야 한다. 그러니, 이 시기에 스스로 배에 주사를 놓는 노하우를 나름 쌓아둬야 훗날 손흥민이 축구공 감아 차듯 자연스러워질 테니 너무 떨지 말고 연습해 보자.
배주사 안 아프게 맞는 방법
- 냉장 보관하는 주사약은 주사 5분 전에는 상온에 꺼내 놓는다. 주사약이 차갑거나 경화되어 꾸덕하면 맞을 때 더 아프기 때문이라고 한다.
- 알코올 솜으로 주사를 놓을 부위를 소독하고 알코올이 모두 마른 후 주사한다.
- 주사보다는 배를 꼬집을 때 더 세게 꼬집어서 주사가 상대적으로 덜 아프게 한다.... 진짜 원초적인 방법인데 의외로 잘 먹힌다.
- 주사는 반드시 꼬집은 뱃살의 90도 각도로 찌른다. 비스듬하면... 아프다 ㅜㅜ 피가 날 수도 있다.
- 주사약은 천천히 주입한다. 많은 양을 빠르게 주입하면 약이 많이 들어가면서 배에서 뭉쳐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사 바늘을 뺄 때에는 넣었던 방향 반대로 빠르게 빼준다.
간호사 선생님이 위안을 해주려고 한 말은 아닐 테지만 개인적으로 덜 아픈 분위가 반드시 있다고 했다. 물론 찔러봐야 아는 것이기는 한데 대부분 배꼽에서 5cm 정도 떨어진 곳 중 다양한 곳을 일단 주사해 보라 했다. 며칠 동안 다양한 곳을 찔러본 결과! 내게도 덜 아픈 곳이 있었다. 그쪽을 자주?!?!?! 활용하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배주사가 그리 아프지 않았는데 주사의 종류에 따라 바늘의 길이와 꾸덕함이 달라 약간 아픈 것도 있었다. 또 내 경우 배꼽 아래쪽 사선 방향이 덜 아팠는데 배꼽 옆쪽은 최대한 피해 주사했다.
임신 준비 과정 동안 주사는 얼마나 맞아야 할까?
사람들은 흔히 배란이 잘 되도록 하는 배주사 정도가 주사의 전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아니다. 난임 치료 과정이 끝난 즉, 비로소 임신을 하고 난 뒤 어느 정도 안정기가 지난 후까지 배주사와 엉덩이 근육 주사(유산 방지)는 끝이 없이 매일 맞아야 한다. 엉덩이 주사는 자가 주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에 3일에 한 번씩 가야 한다. 가족이 의료진인 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혼자 집에서 야심한 밤에 배에 꾹 주사를 찔러 넣을 때엔, 뭔가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서워질 수 있다. 나는 워낙 혼자서도 고통을 잘 견디는 타입이라 나름 괜찮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서운함이 복받쳐 터져 올라왔다. 남편의 마음도 그게 아니란 것을 알지만,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누굴 탓하고 싶어지는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탓할게. 앞으로가 더 험난할 거거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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