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인공수정을 위한 주사 약과 내복약을 처방받은 나는 주사실 간호사 선생님에게 불려 가 드디어 집에서 배주사 (자가주사) 혼자 맞는 방법을 배웠다. 근데 ... 내가 할 수 있을까. 일단 선생님에게 한마디 한다. 오늘은 놔주시면 안 될까요? 문득 '뾰족한 것을 잘 견디기 힘들어해 평소에도 주사를 잘 못 맞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스스로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자기 배에 매일 뾰족하고 기다란 주사를 찔러 넣어야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공 수정을 위한 시기에 배주사는 하루 1번만 맞기도 하지만 시험관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하루에 3번 각기 다른 약을 주사해야 한다. 그러니, 이 시기에 스스로 배에 주사를 놓는 노하우를 나름 쌓아둬야 훗날 ..
사실 내가 난임 진료와 치료 과정을 보내던 시기는 2021년이었으니 40세는 아니었다. 물론 우리나라 나이로 40세지 엄밀히 따지면 생일도 지나지 않아 만 38세였다. (제발, 만 나이만큼은 꼭 없어졌으면 하는 아주 깊은 소망이 있다. 아이들 월령 따질 때도 매번 헷갈린다.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상담을 하는데 0세 반이라고도 부르고 4세라고도 한다. 뭐가 진짜인 건지 헷갈리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어쨌든 40이라는 숫자 전후로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노산" 쪽에 속하니 쉽지 않은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수님의 삼신할매도 울고 갈 수준의 첨단 과학적 택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남편은 자잠추의 꿈은 버려야 했다. 생리가 콸콸콸 터져버린 것이다. 나는 설명서와 차트를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반짝반짝 빛나..
조영술을 실시한 두 번째 진료에서는 현재 내 상태로는 아직 배란일 예측이 어렵다 했고 그렇게 몇일을 더 방문을 했을 때 주치의 선생님이 택일을 해주셨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배란 테스트기도 있는데 과거에 사용해봤던 나는 매일 테스트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 자연임신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정확한 배란일을 알기 위해서는 배란 예정시기 이전부터 초음파를 보며 확인해야 한다. 비교적 생리주기가 30일로 균일했던 나는 생리 이틀째 첫 진료, 생리 시작일로부터 16일 후쯤을 배란 예정일로 보고 그보다 5~6일 앞선 날부터 병원을 재방문하며 배란 초음파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날, 다음날 거르고, 이날. 총 2번 부부관계 하시면 돼요. 그리고 다음 생리가 시작되면 이틀째 다시 병원으로 오시면..
생리가 시작된 뒤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가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병원 간호사 분이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왜냐고 물어 답변을 들었는데 이거 원 수학이라는 것을 어지간히 못했어야지. 숫자랑은 두께 1미터짜리 철근 콘크리트 담을 쌓고 사는 예체능이어서 날짜 계산이 도통 안 되는 나는 '아 그렇군요!' 하며 알아듣는 척 넘겼다. 뭐,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일단, 피부터 뽑으란다. 하나, 둘, 셋, 네 통.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 종아리만큼이나 튼실했던 왼 팔뚝에 힘이 쭉 빠지고 나니 그때부터 상담 전문 간호사 선생님의 폭풍 설명이 기다린다. 그녀는 말없이 걸어오는 나를 기다리며 미소로 내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이에요. 정신줄 붙들고..